영풍제지 대주주가 손대면 줄줄이 상장폐지

입력 2023-10-23 18:22   수정 2023-10-24 00:44

검찰과 금융당국이 중견 제지업체 영풍제지의 시세조종 혐의를 조사 중인 가운데 영풍제지의 대주주들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기업 경영권을 헐값으로 사들인 뒤 주가를 부양하려다 실패한 전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한 기업 상당수는 거래정지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양금속은 지난해 11월 영풍제지 지분 50.76%를 약 1300억원에 인수했다. 대양금속은 계약 당시 계약금으로 전체 인수금의 10%인 129억원을 지급했다. 잔금 1160억원은 기한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같은 해 11월 10일 지급했다.

대양금속은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생 사모펀드(PEF)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와 별개로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도 900억원가량을 차입했다. 피인수 기업인 영풍제지를 상대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17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대양금속 측이 인수 자금 일부를 갚기 위해 발행한 170억원 규모의 CB를 영풍제지가 떠안았다는 의미다.

대양금속의 모회사인 대양홀딩스컴퍼니도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대양홀딩스컴퍼니의 대주주는 지분 96%를 보유한 이옥순 대표다. 이 대표의 배우자인 공모씨를 비롯해 가족 관계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대양홀딩스컴퍼니의 경영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은 과거 다수의 거래정지, 상장 폐지된 회사에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양홀딩스컴퍼니는 2020년과 2022년에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한 에스에프씨, 연이비앤티의 최대주주다. 연이비앤티는 거래정지가 된 상태에서 헐값에 인수했으나 거래 재개에 성공하지 못해 결국 퇴출당했다. 당시 대양홀딩스 측은 한계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주장했지만, 증권가는 주가를 띄운 뒤 ‘먹튀’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에스에프씨는 대양홀딩스에 팔리기 이전엔 소폭 흑자를 내던 태양광 모듈업체였다. 대양홀딩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2018년은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던 시기다. 이 회사는 인수된 지 불과 2년 만에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당했다.

현재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최대주주 측과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하한가를 기록하기 전날인 17일 주가조작 일당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체포했다. 이 대표 등은 참고인 형태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과거 영풍제지를 대상으로 발행한 대양금속 CB와 주가조작 일당의 통정매매 혐의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자본 인수합병(M&A)이 이뤄진 종목은 작전주 세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에 앞서 경영진의 이력을 세세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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